ART & ARTISTS
향기의 숲
수십만 개의 종이 끈으로 구성된 부드러운 질감의 공간입니다. 수림을 본딴 기둥 7개에 구멍이 뚫려 있는데, 여기에 얼굴을 넣으면 이와데야마의 자연을 바탕으로 한 향기와 자연이 만드는 소리가 펼쳐집니다.
1958년 오사카부 출신
지난 몇 년간 내가 제작한 작품은 일상 생활 속에서, 라는 의식과 함께 만들어진 행위였다. 시간, 소재, 제작 장소 등 모든 것이 일상 생활과 공존한다. 예를 들면 이 작품을 만들기 시작하였을 때는 제대로 된 시간을 확보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작업 하나를 초 단위로 해야 하는 행위를 발견한 느낌이었다. 장소를 차지하지 않고 언제 어디서라도 시작하거나 그만둘 수 있는 행위, 작업일 필요가 있었다. 소재도 일부러 찾아서 사지 않고 생활 속에서 필요 없어진 물건, 가능한 한 큰 노력없이 확보할 수 있는 물건을 찾았다. 하려고 생각하면 끝이 없는 집안일과 치열한 일상 생활에 쫓기는 가운데 단지 시간을 보내는 것만이 아닌 무언가 조금이라도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다, 그런 마음이 들었다. 언뜻 매일 똑같아 보이는 밥하기, 청소, 똑같이 내가 하는 일이라도 그것은 한 번도 똑같은 적이 없었다고 말이다…. 그리고 어느덧 시간에 여유가 생겼을 때, 그 짧은 단위 시간의 단순한 반복 작업이 나에게 유쾌한 행위로 변하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 일상적으로 나를 지나칠 뿐인 소재가 내 손 안에서 변화한다는 그 단순한 행위가 무언가 알 수 없는 기쁨을 가져다준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것은 단순한 행위의 반복 그 자체가 가진 종교성, 의식성, 황홀함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것은 한 조각의 힘 때문이 아니었으며, 또 집합체가 주는 압력의 탓도 아니었다. 또 나라는 ‘자신’에서 비롯된 기쁨도 아니었던 것 같다. 신비한 행위가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불교 용어인 ‘허가(虛假)’라는 말처럼 변화하는 이 세계, 나아가 말단이라 할 수 있는 덧없음의 모습이 내 손안에 존재한다. 종이들은 무언가의 역할을 끝내고, 또 점점 변화하는 도중 나와 관계를 맺어준다. 때로는 변화 속도가 바뀌거나 혹은 방향이 조금 바뀌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이 되었든 내 손에는 변화 그 자체를 실감으로써 존재한다. 그리고 당연히 일상 속에서는 종이의 변화보다 더 역동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변화의 한가운데에서 변화를 만들어내는 거짓된 행위가 마치 장식과 옷을 벗고 알몸이 되어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치 그 행위가 내 중심에 존재하여 설령 겨울 바람과 같은 변화에도 따뜻하게 나를 지탱해주는 것 같다. 그런 기분이 든다. 일본에는 ‘알몸으로 태어났는데 무엇이 부족하나’고 불교에서는 말하는데, 왠지 모르게 그런 심경도 느껴져 신기할 따름이다. 연약함 속의 강함, 동적 속 정적, 변화 속 안정, 거짓 뒤의 실상 같은 것을 느낀다면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일 것이다.